SOVAC Salon

[Salon Interview] 다시 시작되는 자본의 조율, 미처 펼치지 못한 이야기

2026.04.24

2026년 3월 26일,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린 SOVAC Salon X 임팩트 써밋은 임팩트 금융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오늘의 Salon Interview는 현장 보도가 아닌, 연사들에게 한 번 더 묻는 후속 질문을 통해 행사에서 미처 다 펼치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Open Lecture : 강창모 교수(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SSIR-K센터장)


“임팩트 금융의 핵심은 좋은 일에 돈을 모으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어떤 순서로 배치되며,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있습니다.”


강창모 교수는 오픈렉처에서 자본 스펙트럼, 글로벌 임팩트 투자 현황,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의 구조, 한국 시장의 현주소를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GIIN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임팩트 투자 규모는 약 1조 5710억 달러(약 2356조 원)에 달하지만, 그 90%의 자금은 시장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10%의 양보적 자본이 어떻게 설계되느냐가 전체 생태계의 작동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Q1. 한국의 임팩트 금융에서 가장 시급하게 채워져야 할 ‘빈 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글로벌 생태계와 비교했을 때 구조적으로 빠져 있는 ‘조각’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장기적인 사회 변화를 목표로, 수익의 일부를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 자본(이하 양보적 자본, concessional capital)의 참여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그리고 성격이 다른 자본들의 역할을 누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특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임팩트 투자를 ‘사회적기업에 돈을 넣고 지분을 받는 것’으로 이해하거나, 민간 투자라고 하면 곧바로 시장 수익률을 추구하는 자본으로 보는 이분법적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임팩트 금융은 기업뿐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대상에, 지분투자뿐 아니라 대출이나 채권 같은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양보적 자본을 활용하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구조(후순위 투자)나 성과에 연동된 지원 등 훨씬 다양한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글로벌 생태계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기부금·공공자금·민간투자처럼 성격이 서로 다른 자본들 사이에서 위험을 어떻게 나누고, 이들을 어떤 순서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 상상력과 실행 경험을 더 많이 쌓아가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Q2. SOVAC 칼럼에서 ‘총액보다 설계’가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좋은 설계’가 나오려면 학계, 정책, 현장 사이에 어떤 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까요? 

서로 다른 자본이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계는 촉매 자본, 양보적 자본, 블렌디드 파이낸스(혼합금융) 같은 개념들을 더 분명하게 정리하고, 어떤 구조가 실제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지 설명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책은 단순히 “얼마를 조성했는가”보다, “누가 먼저 위험을 흡수했고, 그 결과 어떤 후속 자본이 들어왔는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 역시 최종적으로 자금이 얼마나 모였는지만이 아니라, 그 자본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었고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를 더 많이 공유해야 합니다.

결국 좋은 설계는 돈을 많이 모은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자본의 기대와 한계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조율하는 대화 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Q3. 발제 중에 해외는 재단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셨는데, PRI(Program-Related Investment), MRI( Mission-Related Investment)같은 제도가 있다고 들었어요. 국내와 제도적 환경에서 차이가 있지만 해당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떨까요?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세제 혜택 같은 제도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재단의 자본이 기부와 투자 사이에서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PRI(프로그램 연계 투자)는 공익적 목적이 우선인 자금입니다. 수익보다 사회적 변화를 먼저 생각하는 투자죠. MRI(미션 연계 투자)는 재단의 미션을 달성하면서 재무적 수익도 함께 추구하는 방식입니다. 즉 PRI는 보다 목적 중심적이고 수익을 양보할 수 있는 자본, MRI는 미션과 수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자본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런 구분이 의미 있는 이유는 재단의 자본이 단순한 보조금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은 법·세제·재단 운영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옮겨오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재단의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더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 논의하는 데에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peaker #1 : 허재형 대표(루트임팩트)


“금전적 자본은 쓰면 없어지지만, 신뢰 자본은 쓰면 쓸수록 더 축적되고 더 커지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허재형 대표는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Trust-Based Philanthropy)’를 주제로 발제했습니다. 루트임팩트가 2012년부터 13년간 고액 기부자로부터 비지정·다년 후원을 받아온 경험, 그리고 그 신뢰를 IP1 기금, 이스린 펠로우십, CP1 프로젝트 등을 통해 생태계에 전달해온 과정을 공유했습니다.


Q1. 루트임팩트는 신뢰를 ‘받는’ 경험에서 ‘전달하는’ 경험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루트임팩트 자체의 역할 정체성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임팩트 금융 생태계에서 루트임팩트의 포지션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루트임팩트는 13년간 그랜티(Grantee, 지원금 수혜 조직)로서 비지정·다년 후원을 받아왔습니다. 쓰임새도 기간도 자유로운 후원이었어요. 그 경험이 있었기에 진정한 ‘신뢰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힘의 바탕에는 ‘자유’가 있었습니다. 용도의 자유나 시간의 자유가 있었죠. 덕분에 시도하고, 실험하고, 실패로부터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루트임팩트가 ‘생태계의 실험실’ 역할을 지속해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 ‘자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임팩트 투자’라고 하면 대부분 스타트업에 돈을 넣고 지분을 받는 방식(스타트업 지분투자 중심)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모두 스타트업 형태가 아니죠. 비영리 조직이나 개인 활동가처럼,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체인지메이커들도 있죠. 지난 4년간 루트임팩트는 바로 이 영역에서 돈과 함께 조직 운영 역량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인 ‘신뢰 기반의 벤처 필란트로피(공익 목적의 투자형 지원)’를 시도해왔습니다. △IP1 기금 △이스린 펠로우십△CP1 프로젝트가 그 실험의 결과물입니다. 


앞으로도 비영리 공익법인으로서 루트임팩트는 임팩트를 가장 최우선할 수 있는 자선 자본을 움직여, 임팩트 금융 생태계에 필요하지만 아직 비어 있는 빈틈, 특히 자본 스펙트럼의 가장 앞단을 메우는 역할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Q2.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의 6가지 원칙은 미국의 맥락에서 나온 프레임입니다. 한국의 비영리 생태계에 적용할 때 가장 어려운 원칙은 무엇이고,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작동할 수 있을까요? 

여섯 가지 원칙 중 가장 어려운 것은, 결국 신뢰의 종합적 표현인 ‘다년간 비지정 자금(Multi-year, Unrestricted Funding)’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비용의 용도를 정하지 않고 조건 없이 여러 해에 걸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죠.


나머지 다섯 가지 원칙 — △펀더(기부자・지원기관)가 먼저 공부하고 △서류를 간소화하고 △투명하게 소통하고 △피드백을 반영하고 △자금 외의 지원을 제공하는 것 — 은 펀더의 의지만으로도 상당 부분 실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지정·다년 자금은 펀더의 의지만으로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신뢰가 상호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법과 제도가 펀더의 기부 의도를 곡해 없이 신뢰하는 것입니다. 비지정 기부금을 운영비에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심받는 구조에서는 펀더도, 비영리 조직도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기부금을 받은 비영리 조직이 약속을 이행하고, 조직 성장과 사회적 성과를 실현해나가면서 펀더에게 믿음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셋째, 이러한 성공 사례가 쌓여 ‘이 방식이 작동한다’는 증거가 생태계 전체에 공유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함께 이루어질 때,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는 한 기관의 실험이 아니라 한국 비영리 생태계의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잡아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Q3. 루트임팩트가 진행한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 경험을 생태계의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확산하는 것도 중요한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요? 

거창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두 가지를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저희의 경험이 생태계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학습한 것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각 기금이나 프로젝트가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정리하고 기록한 임팩트 리포트(성과 보고서)를 발행하고, 연구 기관과 협력해 ‘신뢰 기반 접근’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증거를 쌓아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와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생각을 나누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른 하나는, 저희 자신이 먼저 일관되게 실천하는 것입니다. 확산의 가장 강력한 방법은 결국 “저렇게 해도 된다, 저렇게 하면 더 잘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조성할 각각의 기금과 프로젝트를 운영할 때 신뢰에 바탕을 두고, 펀더·중간지원기관·비영리 조직 사이에 신뢰가 축적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어떤 선언보다 강한 확산이라고 믿습니다.



Speaker #2 : 김진아 사무총장 (아름다운재단)


“자본은 쌓아둘 때가 아니라, 현장으로 흘러갈 때 비로소 ‘힘(Power, impact)’이 된다.”


김진아 사무총장은 한국 최초의 시민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이 25년간 쌓아온 ‘인내 자본(Patient Capital)’과 ‘촉매 자본(Catalytic Capital)’의 경험을 공유하며, 왜 지금 임팩트 금융으로의 확장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Q1. 아름다운재단이 임팩트 투자에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알게 돼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30억 원의 기금을 가진 시민공익재단이 임팩트 투자를 고민한다는 것을 업계 내에서 어떤 신호로 인지하면 좋을까요? 

아름다운재단이 임팩트 투자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단순히 한 기관의 자산 운용 방식이 바뀌는 것을 넘어서는 이야기입니다. 자본에 끌려가지 말고, 자본의 흐름을 읽고 만들어가자는 제안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섹터의 경계를 넘어 ‘문제 해결’로 뭉치자는 신호입니다. 그동안 사회복지, 시민사회, 임팩트 투자 등 각 영역이 나뉘어 활동해왔다면, 이제는 그 경계를 허물고 대담하게 협력해야 할 때입니다. 시민들이 모아준 430억 원의 기금을 가진 재단이 움직인다는 것은, ‘누가 하느냐’보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해 힘을 모으자는 제안입니다.

둘째, 공공과 민간 사이의 전략적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비영리 재단은 정부 정책의 흐름을 읽으면서도, 공공의 손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민간의 유연함으로 마중물을 부을 수 있습니다. 제도의 한계를 짚어 정책을 바꾸는 동시에, 현장에서는 자본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셋째, ‘자본의 이어달리기’를 위한 촉매 역할입니다. 재단이 가진 자금을 임팩트 투자와 연결하면, 아직 수익성이 검증되기 전인 아주 초기 단계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신뢰의 첫 번째 레퍼런스(참고 사례)를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재단이 먼저 길을 닦아주면, 그다음은 전문 투자사들이 이어받는 구조입니다. 이 자본의 이어달리기가 끊기지 않도록 표준을 만들고, 제도를 개선하고, 새로운 참여자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결국 우리 기관, 우리 섹터의 성장을 넘어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대담하게 협력하자는 것입니다.


Q2. 실제로 임팩트 투자 도입을 시도하셨다가 ‘제도의 벽’에 부딪히셨다고 하셨는데, 그 경험에서 발견한 가장 큰 제도적 장애물은 무엇이었고, 비영리 생태계에서 각 조직이 함께 움직여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실제로 임팩트 투자를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비영리 재단법인이 사회적 가치를 키우고 싶어도 현행 제도가 우리를 여전히 ‘돈을 집행하기만 하는 조직’으로 묶어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먼저 맞닥뜨린 벽은 ‘정체성의 혼란’'이었습니다. 임팩트 투자를 수익사업으로 보자니 공익성이 흐려지고, 목적사업으로 보자니 법적·행정적 제약이 많습니다. 수익사업 쪽으로 가면 의결권 있는 주식 5% 제한, 투자 손실 시 이사회의 수탁 책임 문제 같은 현실적 리스크가 있고요. 목적사업 쪽으로 가면 정관(재단의 운영 규칙)상 배분 대상이 비영리 단체로 한정돼 있어, 영리 형태의 소셜벤처에 투자하려면 정관 개정과 주무관청 승인이라는 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어느 쪽으로든 깔끔하게 들어맞지 않는 거죠.

그렇다면 함께 움직여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저는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첫째, 임팩트 투자사와 재단법인이 함께 모여 작은 규모라도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행해보는 것입니다. 자금이 어떤 경로로 흘러가야 사회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 실제로 해봐야 근거가 쌓입니다. 

둘째, 지금처럼 사회복지·시민사회·사회적경제·임팩트 투자 등으로 쪼개져 있는 섹터 간의 벽을 넘어서는 대담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셋째, 재단이 수익성 검증 이전 단계에서 위험을 먼저 감수하고, 전문 투자사가 그 뒤를 이어받는 ‘자본의 이어달리기’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제가 생각하는 임팩트 투자, 공익 목적 투자는 돈을 버는 기술이 아닙니다.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대담하게 협력할 때, 제도의 벽을 넘어서는 새로운 생태계를 열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Speaker #3 : 도현명 대표 (임팩트스퀘어)


“임팩트 투자는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왜 그 돈을 넣느냐의 문제입니다.”


도현명 대표는 한국 임팩트 투자의 병목이 GP(운용사)가 아니라 LP(출자자)에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정부가 거의 유일한 LP이며, 민간 LP(재단, 연금, 보험, 개인, 기업)의 부재가 생태계의 다양성과 규모를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Q1. 한국에 임팩트 VC는 있지만 VP(벤처 필란트로피)는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VP가 한국에서 자리잡으려면 어떤 ‘첫 번째 사건’이 필요할까요?

어떤 사건이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장면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첫째, 멋진 VP(벤처 필란트로피)의 등장입니다. 벤처 필란트로피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에 자금뿐 아니라 경영 역량까지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죠. 수익보다 변화를 우선에 두면서도, 체계적으로 성과를 만들어가는 플레이어가 나타나 한국에서도 VP로 임팩트 투자에 참여하는 사례를 남겨주는 것이 가장 기대됩니다.

둘째, 제대로 된 임팩트 투자 성과가 널리 알려지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었고, 재무적으로도 지속 가능했다”는 사례가 업계를 넘어 대중에게까지 전해진다면, 일종의 붐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셋째, 정부의 규제 변화와 인센티브 제공입니다. 지금은 재단이나 공익법인이 임팩트 투자에 참여하려 해도 법적·제도적 제약이 큽니다. 이 장벽이 낮아지고, 참여에 대한 유인이 생긴다면 생태계의 흐름 자체가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Q2. 정부 LP 중심 구조에서 민간 LP가 들어오려면 ‘신뢰’가 핵심이라고 하셨는데, GP로서 민간 LP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발제를 통해 말씀해주신 ‘트랙레코드’, ‘일관성’, ‘사람’과 관련된 구체적인 에피소드도 있으시다면요?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서 LP(출자자)는 돈을 맡기는 사람, GP(운용사)는 그 돈을 받아 실제로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GP가 LP의 신뢰를 얻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발제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과거 성과 기록(트랙레코드) △같은 방향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일관성, 그리고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은 아직 트랙레코드나 일관성이 충분히 증명될 만큼 시간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아직은 ‘사람’이 지닌 신뢰로 첫 도전을 이끌어내야 하는 단계입니다. 실제로 저희에게 LP로 참여해주신 분들은 모두, 저를 포함한 저희 팀 주요 멤버들에 대한 개인적 신뢰를 바탕으로 첫 출자를 결정해주셨습니다.

다만 개인적 신뢰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트랙레코드와 일관성으로 증명되어야 하죠. 최근 반복적으로 출자를 이어가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 분들에게는 그러한 경험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여기서 말하는 트랙레코드에는 재무적 수익만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 약속한 사회적 변화, 즉 임팩트를 제대로 만들어냈는지도 함께 평가됩니다.


Fireside Chat : 강국현(사단법인 오늘은) × 이상현(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 × 박송인(봉앤설이니셔티브)


펀더와 실행 조직 사이의 ‘최선의 조합’을 주제로, 각기 다른 포지션에서 자본을 운용하고 있는 세 사람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강국현 (사단법인 오늘은) : ‘용기 있는 자본’을 요청하는 현장의 목소리


Q1. 펀더에게 ‘실패를 지원하라’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실패가 지원받을 가치가 있고, 그 실패의 경험이 생태계에 어떤 가치를 만들거라 예상하시나요?

모든 자본이 실패만을 쫓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생태계에 실패를 기꺼이 감당하는 인내 자본의 영역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원받을 가치가 있는 실패’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과제가 아니라, 펀딩 기간 내에 결코 결과를 낼 수 없는 과제입니다. 이런 과제를 지원하면 펀딩의 초점이 자연스럽게 ‘당장의 결과’에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변화’로 이동합니다. 성과 지표에 갇히지 않을 때, 활동가는 비로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더 과감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사회 문제는 한 명의 주자가 완주하는 마라톤이 아니라 이어달리기로 풀어야 합니다. 42.195km를 한 사람에게 맡기면 초반에 강한 주자도, 막판 스퍼트에 능한 주자도 자기 장점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각자의 구간에서 온 힘을 다해 뛰고 골인하지 못한 채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기는 구조가 안착될 때, 문제 해결의 속도는 훨씬 빨라집니다. 결승선에 들어오는 마지막 주자뿐 아니라, 바통을 넘겨준 앞선 모든 주자의 시도가 지원받아야 마땅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성공의 경험은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복제됩니다. 비슷비슷한 솔루션이 넘쳐나죠. 하지만 실패의 경험은 아무도 베끼지 않습니다. 실패는 “여기까지는 확인했으니, 그 다음은 다른 방식으로 가 보자”라는 이정표를 남깁니다. 그 기록이 쌓이면 우리 사회는 단일한 성공 방정식이 아닌 다양한 경로의 솔루션을 보유하게 됩니다.

결국 실패를 지원한다는 것은 낭비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토양이 되는 데이터와 경험을 사는 행위입니다. 펀더(기부자·지원기관)가 결과에 대한 압박을 내려놓고, 활동가의 용기 있는 과정을 지원할 때,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2. 비영리 현장 종사자의 인건비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셨습니다. ‘좋은 일 한다고 적은 돈 받고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펀더의 말씀을 인용하셨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펀더들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마음가짐이나 액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비영리 현장의 처우 개선은 활동가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동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자본을 움직여 실제로 해결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영리 영역에서 큰 이익을 내면 ‘능력이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영리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면 ‘마음이 좋다’고 말하곤 합니다. 여기에 근본적인 인식의 격차가 있습니다. 비영리 종사자는 소명 의식으로 버티는 봉사자가 아니라, 고도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문 인재입니다. 펀더(기부자·지원기관)들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착한 마음’을 ‘탁월한 능력’으로 인정하는 시선입니다.

좋은 성과를 내다 보면 처우가 따라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좋은 인재가 제대로 대우받아야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논쟁은 오래됐지만, 저는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비영리의 성과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공공재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우수한 인재가 이 영역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사람과 환경에 먼저 투자하는 용기 있는 자본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상현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 : ‘졸업하는 사업’을 설계하는 사람


Q1. 세상파일은 문제 해결 모델을 만든 뒤 ‘외부 자원으로 확산시키고 졸업’하는 구조입니다. 이 접근이 기존 재단의 사업 방식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행복나눔재단은 드러나지 않는 사회 문제를 발굴해 실질적인 해법을 만드는 곳입니다. 그중 세상파일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문제 해결의 완결성’에 있습니다.

기존의 지원 사업들은 솔루션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집중합니다. 지원 기간이 끝나면 사업도 함께 멈추는 경우가 많죠. 세상파일은 다릅니다. 그 솔루션이 재단의 지원 없이도 사회 시스템 안에서 스스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 즉 ‘지속 가능한 안착’을 최종 목표로 삼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단계를 거칩니다. 

먼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솔루션을 고도화합니다. 그 다음, ‘몇 명에게 지원했다’는 투입 중심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라는 결과 중심으로 효과를 입증합니다. 마지막으로, 검증된 모델을 정부 제도나 공공 서비스에 안착시킵니다. 장애 아동 전동휠체어 지원 사업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신설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처럼 ‘문제 해결의 마침표’까지 찍는다는 점이 세상파일만의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Q2. 직원들에게 ‘주도적으로 일하라’고 하시면서도, 방향이 틀렸을 때는 ‘내가 책임진다’고 하셨습니다. 이 균형은 임팩트 생태계의 펀더-실행 조직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리더와 직원, 펀더(기부자·지원기관)와 실행 조직. 이 관계의 핵심은 ‘심리적 안전감’과 ‘투명한 정보 공유’의 결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문제 해결은 필연적으로 실패를 동반합니다. 리더가 “실패해도 괜찮다, 내가 책임진다”는 안전망을 먼저 만들어줘야 직원은 비로소 주도적으로 도전할 용기를 얻습니다. 이 균형의 시작점은 리더의 몫이 큽니다.

이 원리는 펀더와 실행 조직 사이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여기서는 실행 조직의 ‘적극적인 증명’이 더 큰 역할을 합니다. 세상파일 역시 외부 펀딩을 받아 사업을 운영하는 조직으로서, 펀더와의 신뢰가 단순히 “믿어달라”는 호소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목표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시행착오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합니다. 펀더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먼저 열어 보여주는 것이죠.

사업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을 넘어, “이 조직은 중간에 실패가 있어도 결국 목표를 완수한다”는 신뢰를 실행 조직이 스스로 증명해낼 때, 비로소 장기적이고 실험적인 지원이 가능한 ‘신뢰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박송인 (봉앤설이니셔티브) : 펀더를 ‘학습시키는’ 실행 조직


Q1. 봉앤설이니셔티브는 재단이 아닌 ‘유한책임회사’라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이 선택이 실제 사업 운영에서 어떤 자유도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자유도가 실제 실행력에 미치는 영향이 큰지 궁금합니다.

재단을 설립하지 않은 것은, 기부의 방향과 형태에 대해 조금 더 탐색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재단은 설립 시점에 목적사업을 명시해야 하고, 그에 맞게 운영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이 일을 합니다”라고 먼저 선언한 뒤에 활동을 시작하는 구조인 거죠. 저희는 그 단계에 이르기 전에 학습의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어떤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때 가장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배우고 있는 과정이니까요.

그래서 법인의 형태를 고민할 당시, 유한책임회사라는 구조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구조는 펀더(기부자)와 함께 다양한 영역을 탐색하고, 현장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판단을 다듬어가기에 효율적입니다. 팀 입장에서도 의사결정이 빠르고, 상황에 따라 방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기민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먼저 틀을 정해놓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틀을 만들어갈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Q2. 사업 2~3년 차에 ‘기금의 본성’을 발견했다고 하셨는데, 현장 답변에 이어서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다른 펀더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까요?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이야기일 수 있겠습니다.

봉앤설이 운영하는 사업은,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출발하지 않습니다. 먼저 지원 대상자를 정하고, 우리 사업을 통해 변화될 모습을 청사진으로 그려봅니다. 예를 들어 이주배경 2세대 청년들이 사회 다양한 영역에서 리더로 진출한 모습을 상상하는 거죠. ‘이주배경 대학생의 원활한 사회 진출’ 정도로 방향을 잡고, 현장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빠르게 진행합니다.

문제가 완전히 손에 잡힐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일단 사업을 시작하면서 참여자들의 고유한 상황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해 나갑니다. 그렇게 쌓인 이해가 사업을 매해 다듬게 만들고, 미션도 점점 선명해집니다. ‘이주배경 장학사업’이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우리의 자원과 조직 특성에 맞는 고유한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인 셈이죠. 그렇게 2~3년이 지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사업의 본질과 특성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한 ‘기금의 본성을 발견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결국 이 청년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개인 지원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참여자들과 함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저희는 펀더(기부자)와 밀접하게 소통하며 함께 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 조직의 규모와 특성상 가능한 부분일 수 있겠지만, 실행 조직과 가까이에서 함께 학습하고 싶어하는 기부자분들이 계시다면 충분히 적용해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자본에는 ‘온도’가 있다

이 행사의 부제 ‘Capital Orchestration for IMPACT’는 단순히 돈을 모으자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조율이 그렇듯, 서로 다른 성격의 자본이 각자의 음색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곡을 연주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습니다.

강창모 교수는 ‘설계’를, 허재형 대표는 ‘신뢰’를, 김진아 총장은 ‘인내’를, 도현명 대표는 ‘LP의 다양성’을, 그리고 현장의 세 실행자는 ‘용기와 학습’을 각각의 키워드로 내놓았습니다.

이 모든 키워드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것은, 결국 “누가 가장 먼저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 뉴스레터를 읽고 있는 여러분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2026년 3월 26일 SOVAC Salon X 임팩트 써밋의 현장 보도자료가 아닌, 행사의 참여자와 행사에 오지 못한 독자 모두를 위한 후속 콘텐츠로 기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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