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Salon]Capital Orchestration for Impact 자본의 조율
2026년 3월 26일(목) 오후, 헤이그라운드에는 임팩트 생태계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습니다. 'SOVAC Salon 역대 최다 인원 참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임팩트 자본'이라는 주제 하나에 이렇게 많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신호였습니다. 뭔가 말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는 것.
행사는 오픈렉처와 발제 세션, 파이어사이드 챗으로 이어졌습니다. 한양대학교 파이낸스 경영학과 강창모 교수의 개념 정리로 시작해 루트임팩트 허재형 대표, 아름다운재단 김진아 사무총장,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가 발제했고, 사단법인 오늘은 강국현 사무국장, 행복나눔재단 이상현 본부장, 봉앤설이니셔티브 박송인 사무국장이 박정웅 팀장의 진행으로 현장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부. 언어를 맞추고, 구조를 이해하고
임팩트 금융의 지형_강창모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 SSIR-K 센터장)
"중요한 건 조립입니다. 서로 다른 자본들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스케일업의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1부의 첫 발표는 오픈렉처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강창모 교수는 임팩트 투자 생태계 안에서 쓰이는 언어의 정의와 개념을 먼저 맞춘 뒤 이후 이야기를 진행하면 조금 더 효과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취지를 밝히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때론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을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을 짚는 순간이었습니다.
필란트로피에서 임팩트 투자로, 스펙트럼을 이해하기
강창모 교수는 먼저 필란트로피의 진화 과정을 짚었습니다. 전통적인 자선(Charity)에서 출발해 전략적 필란트로피로, 그리고 벤처 필란트로피(Venture Philanthropy)로 이어지는 흐름이었습니다. 이중 오늘 행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될 벤처 필란트로피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이어졌습니다.
벤처 필란트로피는 벤처 캐피탈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단순히 보조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금 지원과 함께 네트워킹·조직 관리·임팩트 측정 등 비재무적 지원을 장기적으로 병행하며 조직의 성장을 돕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자금이 들어가는 형태도 보조금(Grant)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대출도 있고, 지분 투자도 있습니다. "그 조직이 가장 성장하기 좋은 방식의 투자 혹은 대출 혹은 보조금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활용해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죠.
임팩트 투자의 개념은 2007년 록펠러 재단이 이탈리아 벨라지오 센터에서 주요 투자기관 리더들을 초청한 회의에서 처음 논의됐습니다. 당시 핵심 고민은 '스케일업'이었습니다. 강창모 교수는 "이 자리에 모인 기관들이 자본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사회의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더 큰 자본이 들어와서 그것을 스케일업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결국 민간 자본시장의 자금을 어떻게 사회 문제 해결에 가지고 올 것인가가 궁극적인 고민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임팩트 투자는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강 교수는 임팩트 투자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바로 ‘임팩트 투자는 무조건 수익을 내야 하는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임팩트 투자는 그것보다 범위가 크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자본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재무적 수익 일부를 의도적으로 포기하면서 목표 임팩트를 달성하고자 하는 '컨세셔너리(concessionary) 자본'과, 위험 대비 마땅한 시장 수익률을 요구하는 '논컨세셔너리(non-concessionary) 자본'입니다.
GIIN 데이터 기준으로 전체 임팩트 투자 자금의 약 90%는 여전히 시장 수익률을 목표로 합니다. 9% 정도가 시장 수익률보다 다소 낮은 수익률을 수용하고, 2% 정도만이 그보다 더 낮은 수익률도 감수합니다. 수익을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닙니다. 다만 이 2%의 존재가 결코 작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강창모 교수는 "결국 핵심은 이들을 어떻게 조직하느냐에 따라서, 이 90%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 아니면 떠나게 되느냐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혼합금융: 서로 다른 자본을 조립하는 기술
이것이 바로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의 원리입니다. 보조금이나 저리 대출처럼 수익률을 크게 따지지 않는 '촉매적 자본'이 먼저 들어가 위험을 흡수합니다. 공공에서 들어오는 이 자본이 길을 깔아놓으면, 그다음에 개발금융기관이 들어오고, 마지막으로 민간 자본이 안심하고 따라 들어올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재단이나 개발금융기관이 이 촉매적 자본의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창모 교수는 자금 공급자의 성격에 따라 목표 수익률이 다르다는 점도 설명했습니다. 다른 고객의 돈을 받아 운용하는 투자운용사는 시장 수익률을 지켜야 하는 제약이 있는 반면, 재단은 시장 수익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감수할 수 있는 자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단이 하고 있는 임팩트 투자에서의 역할이 중요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투자 대상과 방식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사모펀드(비상장기업 주식 투자), 사모대출, 민간 실물자산 직접 투자, 상장주식, 공모채권, 예금, 보조금까지. 글로벌 임팩트 투자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1조 5710억 달러(약 2356조 원)로 추정됩니다.
마지막으로 강창모 교수는 지속가능투자와 임팩트 투자를 가르는 경계선을 명확히 했습니다. 투자의 중심이 내가 투자하는 기업의 가치에서 사회 문제 해결로 넘어가는 그 포인트가 결국 지속가능투자와 임팩트 투자를 가르는 경계선이라는 것입니다. ESG를 관리하거나 ESG 우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여전히 기업 가치가 중심입니다. 하지만 임팩트 투자는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적을 중심에 두고, 자본의 성격에 따라 시장수익률 또는 그보다 낮은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것입니다.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_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먼저 건네는 신뢰는 반드시 더 큰 임팩트가 되어 돌아옵니다.”
두 번째 발표자 허재형 대표는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Trust-Based Philanthropy)'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발표를 시작하기 전, 그는 현재 비영리 생태계가 마주한 구조적 현실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비영리 생태계의 구조적 악순환
"인재 채용과 인건비 등 조직 운영을 위한 필수 간접비는 늘 턱없이 부족합니다. 대부분의 지원은 보통 3·4월에 시작해 12월에 그치는 단년도 사업인 경우가 많죠." 프로젝트 지원에서도 인건비나 운영비에 쓸 수 있는 비중은 제한적이고, 사업비가 제대로 쓰였는지 세세한 증빙을 요구하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결과적으로 조직은 성장하지 못하고 버티기 급급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한국의 비영리 조직은 규모가 큰 10개 조직과 소규모 조직으로 양분화되어 있고, 중간 규모의 조직이 없는 생태계의 현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 악순환의 근본 원인으로 그는 '불신'을 꼽았습니다. "악순환의 뿌리에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원 주체가 수혜 조직을 파트너가 아닌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 관계를 바꾸는 여섯 가지 원칙
이 문제의식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에는 '트러스트 베이스드 필란트로피(Trust-Based Philanthropy)'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무브먼트를 펼쳐나가는 기관이 있습니다. 핵심은 "펀더와 비영리 조직의 관계를 관리와 통제에서 신뢰와 협력으로 전환하자"는 것입니다.
이 기관이 제시하는 여섯 가지 실천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년간 비지정 자금을 제공할 것, 펀더가 직접 공부하고 지원 조직을 찾아 나설 것(그러면 지원 서류가 간소화됩니다), 투명하게 소통하고 이슈에 반응할 것, 비영리 조직에게 피드백을 먼저 구할 것, 그 피드백을 일하는 방식에 반영할 것, 그리고 자금 지원 외에도 비재무적 지원을 함께 할 것. "이 여섯 가지는 단순히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신뢰라는 핵심 가치가 펀더로서 조직의 문화·구조·리더십 전반에 스며들어야만 유기적으로 작동한다"고 했습니다.
루트임팩트의 경험: 신뢰를 받고, 신뢰를 흘려보내다
루트임팩트는 설립 초기부터 13년간 고액 자산가 후원자로부터 비지정·장기 후원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1억 원으로 시작했지만, 조직이 성장함에 따라 마지막 몇 해에는 연 15억 원에 달하는 지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덕분에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조금 더 실험적인 시도들을 할 수 있었고, 꼭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고 좋은 팀을 이루는 데 필요한 운영적 성격의 투자도 가능했습니다." 지금의 헤이그라운드 같은 장기·대규모 프로젝트도 그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고 했습니다.
10주년을 맞이하며 루트임팩트는 '임팩트 필란트로피'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저희가 받았던 ‘신뢰’를 어떻게 생태계 전체로 흘려보낼 것인가. 이 고민이 임팩트 필란트로피 사업을 추진하는 확고한 신념이 되었습니다.” IP1 기금, 이스린 펠로우십, CP1 프로젝트 등이 그 결과물입니다. 실제로 IP1 기금에 선정된 비영리 조직들을 대상으로 서울대 국제대학원 팀과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도, "자율적으로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 구축되었다"는 공통된 변화가 확인됐습니다.
발표를 마치며 그는 힘주어 말했습니다. "금전적 자본은 쓰면 사라지지만, 신뢰 자본은 쓰면 쓸수록 더 단단하게 축적됩니다. 더 많은 신뢰 기반 필란트로피가 생태계에 등장하길 바랍니다."
임팩트 생태계의 앵커, 인내는 어떻게 촉매가 되는가?_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자본의 이어달리기. 재단이 프리시드 앞에서 촉매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김진아 사무총장은 임팩트 자본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나누며 발제를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임팩트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임팩트 투자 전문가가 아니고요." 그럼에도 이 자리에 선 이유는, 16~17년간 필란트로피 영역에서 일하며 고민해 온 '자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기금 구조: 지속 가능성의 기반
아름다운재단은 미국의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을 모델로 설립된 기관으로, 올해로 26주년을 맞았습니다. 전체 기부금의 70% 정도가 대중 기부금이고 30%가 기업 기부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누적 기금은 430억 원 규모입니다. 김진아 사무총장은 "규모가 큰 기금의 장점은 단순히 ‘돈이 많다’가 아닌, 굉장히 지속 가능한 장기적 문제 해결을 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기금의 원금을 보존하면서 운영 수익을 창출해 다른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의 자본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게 가장 핵심적인 장점"이라고 했습니다.
재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내 자본'과 '촉매 자본'을 실천해 왔다
임팩트 투자를 고민하면서 김 사무총장은 재단이 그동안 해 온 사업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고 했습니다. 인내 자본은 '회수 압박 없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리는 자본', 촉매 자본은 '리스크를 먼저 감수하며 더 큰 자본을 견인하는 자본'인데, 돌아보니 재단이 그 역할을 오랫동안 해 왔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입니다. 20여 년간 14개 초기 단체에 총 28억 원 가까이 지원하며 비영리 스타트업의 레퍼런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발자취를 따라가 보니 초기 창업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처음 시작을 열어나갈 수 있는 시드를 지원하고 신뢰의 레퍼런스를 만들어 나가는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이후 아산나눔재단, 다음세대재단, 브라이언임팩트 등이 비영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모델의 등장과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의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등에 지원을 받고 성장한 여러 단체들이 후속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초기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한 신뢰의 레퍼런스가 다방면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입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23억 원을 투자해 지역 거점을 만든 사업입니다. 김진아 사무총장은 본 프로젝트에 대해 거점이 생김으로써 지리산 포럼 및 활동가 모임같은 파생 사업이 생겨나는 기초 조건을 만든 것이 가장 유의미한 지점이라는 것을 꼽았습니다. 김진아 사무총장은 “이 사업이 가능했던 것 역시 긴 시간 인내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재원과 사업을 추진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셋째, 희망가게입니다. 2003년 아모레퍼시픽 서성한 회장이 기부한 주식(당시 약 50억 원)이 시간이 흐르면서 매각·분할을 거쳐 현재 160억 원 규모의 펀드로 성장했습니다. 한부모 여성 가정의 창업을 돕는 무담보 대출 사업으로, 인내 자본이 긴 시간을 거쳐 선순환하는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임팩트 투자 도입의 현실적 장벽과 앞으로의 상상
그러나 실제로 임팩트 투자를 도입하려 했을 때 현실적인 장벽도 함께 마주했습니다. 그는 "임팩트 투자는 수익사업인가 혹은 공익목적사업인가 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 것부터가 공익법인이 마주하는 어려움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현행법상 임팩트 투자가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주무 관청의 해석에 따라 세제 혜택 여부가 달라지는 법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면 가산세를 내야 하는 공익법인데 대한 규제는 임팩트 투자와 같은 유의미한 행위를 가로막는 실질적인 벽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기존의 기금 운용 방식과 구조 속에서 기금운용위원회와의 공감대 확보, 내부 구성원과의 공감에 바탕 해 조사 작업 등을 하는 데에도 1년이 훌쩍 지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김진아 사무총장이 그리는 그림은 이렇습니다.
"단순 자산 증식을 통한 수익 사업으로서의 틀을 벗어난 제3의 자금 흐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사들은 투자해서 수익을 거두는 데 더 능숙하다면, 재단은 프리시드 앞에서 조금 더 촉매적인 역할을 해 준다면, 그러한 연결이 신뢰로 공고한 스펙트럼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들이 조금 더 가시화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런 고민을 재단 홀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자금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그랜트와 투자의 흐름과 표준을 만들어 함께 확대해가기 위해 노력해갈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공익목적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도 해나갈 예정입니다.”
VC(임팩트 투자)가 VP(벤처 필란트로피)를 만났을 때_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가장 중요한 것은 LP가 부족하다는 것 입니다. 누가, 왜 임팩트 투자에 그 돈을 넣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임팩트스퀘어 도현명 대표는 먼저 임팩트 투자의 뿌리를 다시 한번 짚었습니다.
"처음 임팩트 투자라는 걸 정의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시작한 게 록펠러 재단입니다. 즉, 임팩트 투자는 비영리에서 시작된 흐름입니다. 이게 영리의 새로운 기술과 테마로 나온 것이 아니라, 비영리 조직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를 찾고 찾고 찾다가 도달한 지점이라는 것을 꼭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해결하기 위해 도구를 찾는 사람이지, 투자를 잘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닙니다."
한국 임팩트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 LP가 부족하다
“한국에서 임팩트 투자를 운용하는 GP는 아무리 넓게 보아도 10개 내외입니다. 세계 13위 경제 대국치고 납득하기 어려운 숫자입니다.” 도현명 대표는 이 문제의 원인을 LP(출자자)의 규모와 다양성 부재에서 찾았습니다.
전 세계 임팩트 생태계에는 투자운용사, 연기금, 개발금융기관, 재단, 보험사, 은행, 패밀리오피스, 국부펀드, 대학 등 매우 다양한 주체가 LP로 참여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정부가 이 역할을 압도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현황에 대해 "나쁘다는 이야기,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닌데,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 예산으로 LP 역할을 하는 구조는 주로 베트남 같은 중앙집권적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나는 형태라고도 했습니다.
왜 이것이 문제일까요? 그는 "돈에는 성격이 있습니다. 돈을 내는 사람이 목적을 부여하면, 그 목적이 GP의 의사결정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즉, 정부 LP가 과반을 차지할 경우, 임팩트 실험의 범위가 정부의 관점 이상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펀드 수익이 생태계에 재투자되지 않고 국고로 환입되기 때문에, 생태계가 자체적으로 성장할 구조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안타까운 점으로 꼽았습니다.
나아가 한국의 임팩트 투자가 '초기 스타트업 에쿼티 투자'로만 협소하게 인식되는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 임팩트 투자 자금 중 스타트업 벤처 투자는 9%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그 9%를 가지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성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신뢰, 제도, 그리고 가능성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임팩트스퀘어는 현재 재단, 중견기업, 개인 등 민간 LP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그는 "LP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은 사실 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도이지 반드시 어느 정도의 수익을 벌어다 줘야 한다는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며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명확하게 들어올 이유를 제시하거나 설득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뢰를 쌓고 제도적 장벽을 허물어야, 벤처 필란트로피(VP) 성격의 자본이 LP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임팩트 투자의 병목은 현재 LP입니다. 특히 VP 자본이 너무 현저하게 부족합니다. 누군가가 좋은 LP로 나서 줘야 하고, 그게 다시 생태계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죠. 신뢰와 제도의 변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있어야 VP가 LP로 바뀔 거고, GP들이 멋진 투자들을 지속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 연사의 발표가 마무리된 후, 간단한 패널토의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패널토의에서 다루어진 '넥스트'에 대한 연사들의 이야기는 곧 발행될 인터뷰 아티클을 기대해주세요!

2부. 현장을 누비는 사람들의 이야기
2부는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의 진행으로, 사단법인 오늘은 강국현 사무국장, 행복나눔재단 이상현 본부장, 봉앤설이니셔티브 박송인 대표가 파이어사이드 챗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세 분은 각각 간략한 조직 소개를 마친 후, 박정웅 팀장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이상현 (행복나눔재단)
SK그룹 사회공헌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은 '세상파일'이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을 개발하고, 외부 자원을 통해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상현 본부장은 세상파일이 가장 집중하는 것은 시장에서 해결이 어려운 사각지대 문제를 찾아 솔루션을 개발하고, 그것이 작동할 때까지 반복해서 고치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저희가 아무리 좋은 솔루션을 만들어도, 사업을 멈췄을 때 또 다시 문제가 반복될 수 있기에 저희가 사업을 멈추더라도 문제 해결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문제 해결 모델을 잘 만들고, 이 모델이 지속가능하게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정착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행복나눔재단이 다양한 외부 기업과 협력을 통해 진행한 장애 아동 맞춤형 이동 보조기기(전동휠체어) 지원, 저상버스 탑승 예약 시스템 두 프로젝트는(사업) 올해 제도화에 성공해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자본의 성격을 규정하기에 앞서 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또 확장시켜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었습니다.
강국현 (사단법인 오늘은)
사단법인 오늘은은 대학내일 법인의 임직원들이 2019년 설립한 문화예술 비영리 법인입니다. 그는 지금 생태계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용기있는 자본'을 꼽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재원이 100% 있다면, 그 중 10%쯤은 용기 있는 자본이 나타나서 무조건 실패하는 사업에 투자했으면 합니다. 이후 그 실패의 경험을 나누고, 그 다음 단계를 다시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공 사례는 모방할 수 있지만, 실패는 반드시 개선점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 실패 자체가 생태계의 자산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개인적인 소회로) 요즘 자본에는 용기와 낭만이 없다, 이런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용기있는 자본을 만들어가는 것, 사단법인 오늘은이 임팩트 자본 생태계에 건네고 싶은 한 마디였습니다.
박송인 (봉앤설이니셔티브)
봉앤설이니셔티브는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설보민 부부의 사회 환원을 위해 설립된 유한책임회사입니다. 재단 형태 대신 유한책임회사를 선택한 것도 "제약 없이 테스트해 보자"는 창업가적 마인드에서 나온 결정이었습니다. "조건이 없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적더라도, 조건이 달려 있는 것보다 조건이 없는 기부. 그리고 초기 자본에 희생하더라도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기부금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봉앤설이니셔티브는 한 번 사업을 시작하면 최소 5년은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일종의 실험조직으로서 가설을 수립하고 실제 문제 해결 솔루션을 만들어가다보면 1,2년 단위의 사업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모두 얻어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은 ‘대상자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라는 공통의 관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민하고 밀도높게 현장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개선하고자 하는 봉앤설이니셔티브의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하의 내용은 파이어사이드챗을 통해 나눈 대화를 1문 1답의 형태로 정리한 것입니다.
박정웅: 행복나눔재단은 일반적인 재단과 달리 문제 해결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기존 재단의 관성을 바꾸고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어떻게 관철해 나가셨는지 이야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상현: 모든 기업재단은 아마 비슷한 어려움과 고민이 있으실 것 같아요. 저희가 가장 잘하고 있다라고 말하기엔 어려움이 있겠지만 나름의 노력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제일 크게 바뀐 점은 진짜 사회 문제에 집중하자는 게 첫 번째였고요. 두 번째로는 성공 혹은 실패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는 것입니다. 기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해서 개선점을 찾아 다시 기획에 적용해보는 사이클을 한 번 돌리는 게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런데 ‘일단 한번 해 보자’하고 이 사이클을 온전히 돌려보는 것에 집중합니다. 한 번 해 보고 나면 그 다음에는 더 수월하고 적확하게 돌릴 수 있거든요. 이런 게 문제였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이때, 저희는 성공과 실패 그 자체에 중심을 두지 않습니다. 요인이 가장 중요해요. 어떻게 성공했는데? 왜 실패했는데? 두 가지 질문만 던지는 거죠. 실패 했으면 요인을 찾아서 요인을 바꾸면 돼요. 그러다보면 실패 요인이 10개 넘게 나올 수도 있어요. 그 중에 2개만, 3개만 추려서 딱 거기에만 집중합니다. 한 사람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잖아요. 여러 사람이 여러 갈래로 시도한 것들은 그 보다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것 중 한두 가지만 집중해서 하는 게 제일 중요하고요.
마지막으로 저는 이 일을 바라볼 때 늘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되새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재밌게 할 수 있냐 생각해보면 스스로 주도해야 일이 재미있더라고요. 뭔가 내가 주도하지 못 하고 계속 위에서 시키는 일을 하다 보면 대응적으로 하다 보니까 성장하는 느낌도 없고, 실패 사례를 다시 들어올려서 물고 늘어질 에너지가 잘 안 생깁니다. 그래서 저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진정으로 희망하는 동료들에게도 주도하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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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웅: 봉앤설이니셔티브는 매우 심플한 구조로 의사결정을 하고, 에자일(Agile, 기민하고 유연한 업무 방식)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인상깊습니다. 긴 호흡의 선순환 기금 사업을 운영하시면서 어떻게 에자일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었는지, 그리고 펀더와 실행 조직 두 역할을 모두 경험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박송인: 일단 저희 조직은 의사결정 단계가 매우 심플합니다. 그리고 일단 시작하면 1,2년이 아니라 5년은 그냥 합니다. 기동력을 가지고 에자일하게 추진한다고 해도, 그걸 심플한 구조에서 오래 하는거죠. 심플하면 중요한 메시지를 포착하고 사업에 반영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사업 대상자한테 정말로 필요한 게 뭔지 알게 되기 때문에 방향을 바꾸는 게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매해 이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하는 것이고, 저희만의 특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펀더와 실행 조직을 다 경험하면서 느낀 건, 펀더를 이해해야 수행사가 편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보고서나 리포트를 쓴다고 하면, 돈이 누구에게서 나왔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누구에게 이 돈이 나왔나. 그러면 목적과 담아야 할 내용이 바뀌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지금 하는 이주배경 장학사업은 펀더가 현장을 더 깊숙이 볼 수 있어요. 격주 회의를 하고, 저희 캠프에도 펀더분들이 오세요. 눈을 한번 보면 그 자체로 측정이 됩니다. 그리고 대상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확 올라가기 때문에 진짜 사업을 할 수 있게 돼요.
신뢰의 원료는 일로서 보여줘야 하는 게 첫 번째인 것 같아요. 그 펀더의 관심사를 잘 탐색해서 부합한다고 하면, 신뢰를 베이스로 제안하면 저는 다 들어주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관계적으로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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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웅: 강국현 사무국장님은 현장 조직을 운영하면서 펀더에게 직접 지원도 해보는 양쪽 경험을 하셨는데요. 임팩트 측정에 대한 시각도 남다르신 것 같고요. 그 경험에서 느낀 것들, 그리고 여기 계신 펀더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강국현: 공모사업을 여러차례 진행하다보니 알게 된 것이 있는데, 펀더들은 주로 임팩트를 요구합니다. 당연하죠.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본이라면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늘 열심히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순간들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임팩트를 측정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것 같은 과정들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사회가 요구하니까, 제대로 한 번 배워봐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한양대학교에 입학해서 열심히 수업을 들으며 배웠습니다. 그리고 졸업도 했는데, 마지막 수업 시간 때 발제를 하면서 "교수님 죄송한데 임팩트 측정은 허상입니다. 저는 못 믿겠습니다. 저는 이게 제가 하는 일을 증명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용기내서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해하나 허상은 아니다." 그리고 나서는 제가 지닌 궁금증과 의문을 풀어낼 수 있는, 더 와닿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료들과 ‘우리가 돈 다 긁어모아서 직접 지원을 해보자’하고 의기투합을 했어요. 다 모아보니 3천만 원 정도 나왔어요. 그간의 궁금증과 의문을 속시원하게 풀어보기 위해서 딱 세 가지 원칙을 세웠어요. 첫 번째가 돈의 꼬리표를 달지 말자. 고립 청년들을 지원했는데 그분들께 지원금을 드리면서 월급으로 쓰셔도 되고, 고립청년들한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두 번째, 성과 측정은 기존의 합의된 지표나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지 말고, 사업 참여자가 세운 기준으로 측정하자였어요. 마지막으로는 그 결과를 보고서가 아닌,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성과를 경험해보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생태계의 문법으로 보자면 불가능해보이는 것이겠지만 우리가 일궈내야 할 합의, 신뢰라는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박정웅: 말씀주신 부분이 임팩트 측정의 무용론을 위한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측정이라는 것이, 국현님이 방금 이야기한 것과 다르게 표현하자면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와 측정이어야 하는데 보고를 위한 측정으로 쏠림 현상이 있으니까 그것이 제기능을 못해서 그 갈증이 있으신 거라고 이해가 돼요. 다만, 수없이 많은 사회문제 중 무엇에 먼저 집중하고 어떤 것을 초과 달성했느냐 등을 면밀히 확인할 수 있어야하니 의사결정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식으로 측정을 활용하는 것이죠. 그런 것들에 대해서 리얼한 현장의 사무국장의 고충 언어로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은데, 자본의 조율과 협력을 위해 함께 고민해봄직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구는 목적을 위해 존재합니다. 임팩트투자도, 필란트로피도, 혼합금융도 모두 도구입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에 합의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도구를 들고 같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할 때, 비로소 생태계는 움직입니다. 이번 SOVAC Salon은 우리의 목적이 무엇인지, 자본이라는 도구를 각자 어떻게 쓰고 있으며 어떤 시너지를 내야할 지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현장에서는 더욱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지면의 한계상 모두 싣기 어려워 참여 연사분들의 더욱 자세한 이야기는 향후 추가 인터뷰글을 통해 공유해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