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연구원

[문제를 가치로 바꾸는 기술] 위험의 경계를 지키는 예방의 가치

2026.07.24

*본 콘텐츠는 SOVAC Together 콘텐츠 파트너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아티클을 담고 있습니다. 


「문제를 가치로 바꾸는 기술」은 사회적가치연구원이 발표한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속 사회문제 키워드를 바탕으로 이를 해결하는 AI 기술 사례를 정리한 시리즈 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AI 기술이 '사고 후 조사'에서 '사고 전 예방'으로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지난 7월 6일부터 10일까지, 경기 고양 킨텍스는 '산업안전보건의 달' 행사로 붐볐습니다. 

300개 업체가 1,050여 개 부스를 열고 CCTV 영상분석 시스템, 스마트 안전검지기 같은 AI 기반 안전기술을 선보인 'AI 안전보건박람회'가 이번 행사의 핵심이었습니다. 올해는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고자 1968년부터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산업안전보건 강조 주간」을「산업안전보건의 달 」로 격상해 맞는 첫해입니다. 그만큼 산업재해가 쉽게 줄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진=CSES


사고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2024년 6월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공장

리튬전지 3만5천 개가 쌓인 창고에서 불꽃이 튀었습니다. 화염은 순식간에 번졌고, 23명의 노동자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외국인 이주노동자였습니다. 불이 나기 이틀 전, 같은 공장 다른 동에서 이미 리튬전지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재진압 후 어떤 조치도 없이 생산이 재개됐습니다.


2024년 11월 19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챔버(밀폐형 시험 공간) 안

차량 성능을 테스트하던 연구원 3명이 밀폐된 공간에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일산화탄소가 차올랐고, 유해가스 측정 장치도, 경고 표시도, 관리감독자도 없었습니다. 세 명은 모두 사망했습니다.


두 사고는 다른 장소에서, 다른 방식으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같은 질문을 남겼습니다.

위험 신호는 이미 있었다. 우리는 왜 읽지 못했는가?


산업재해는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닙니다. 위험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것을 읽고 멈출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글은 그 신호를 사람보다 먼저 읽어내는 기술, AI 산업안전 예방 기술이 어떻게 일터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589명으로 이 중 건설업(276명)과 제조업(175명)에서의 사망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사고 원인으로 보면 추락이 38.5%로 가장 많고, 끼임(11.2%), 부딪힘(8.5%)이 뒤를 잇습니다. 매년 발표되는 숫자지만, 사고의 양태는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반복된다'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인 통계입니다. 산업안전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나 특정 기업의 일탈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1. 산업재해는 세계적 위기다


산업재해는 한 국가나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는 전 세계에서 매년 약 293만 명이 업무 관련 사고·질병으로 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평균 8,000명, 생명에 지장이 없는 부상자는 3억 9,500만 명에 달하며 이 규모는 해마다 비슷한 수준으로 반복됩니다. 2022년 ILO가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노동의 기본 원칙과 권리로 선언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산업안전은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뜻입니다.


예방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국제사회보장협회(International Social Security Association, ISSA)와 독일재해보험조합(Deutsche Gesetzliche Unfallversicherung, DGUV)이 19개국 337개 기업을 조사한 「Return on Prevention(ROP)」 보고서는 산업안전보건 투자의 예방수익률(ROP)을 2.2로 산정했습니다. 1원을 투자하면 평균 2.2원의 경제적 편익이 돌아온다는 의미입니다. 치료비, 보상금, 생산 중단, 숙련 인력 손실, 기업 이미지 훼손을 모두 포함한 수치입니다.


미국 글로벌 대형 보험사인 Liberty Mutual의 2025년 「Workplace Safety Index」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산업재해로 매년 지출하는 의료비와 임금 손실액은 총 $587억 8천만(약 80조 원)에 달하며, 이 중 10대 주요 산재 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비용의 86% 이상인 $508억 7천만(약 70조 원)입니다. 이는 한국 반도체 수출 연간 총액에 맞먹는 규모입니다. 산업재해 예방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비용이라는 역설을 수치로 보여줍니다.


AI는 산업안전의 새로운 예방 도구가 되고 있다

ILO는 2025년 발표한 「Revolutionizing health and safety: The role of AI and digitalization at work」에서 AI, 자동화, 로봇, 스마트 모니터링, 웨어러블이 산업안전보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분석하며 ▲사람의 눈이 놓치는 신호까지 잡아내는 실시간 위험 감지 ▲사람 대신 로봇이 먼저 들어가는 위험작업 대체 ▲사고가 나기 전에 고장과 위험을 먼저 읽는 예측적 안전관리를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 축으로 짚었습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의 2025년 산업안전보건 특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산업안전보건 기술 관련 특허출원이 약 45만2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사고 예측 기술 관련 특허 등록 갯수가 2018~2023년 연평균 26.4% 성장했습니다. AI 안전기술은 이제 실험실 연구가 아닌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2. 위험의 얼굴은 저마다 다르다


산업안전 AI는 하나의 정해진 절차가 아니라, 위험의 물리적 성격에 맞춰 다른 얼굴로 작동합니다. 화재·폭발은 ‘열과 확산 속도’의 문제이고, 건설현장의 추락·붕괴는 ‘높이와 구조적 하중’의 문제이며, 밀폐공간·설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와 예측할 수 없는 고장’의 문제입니다. 이어지는 세 장에서는 이 세 가지 위험 공간 각각에 어떤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지를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살펴봅니다.

산업재해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위험은 반드시 사전에 신호를 보냅니다. AI의 핵심 역할은 그 미세한 징후를 인간보다 먼저 포착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신호가 감지되는 즉시, 지체 없이 '작업 중지' 경보를 발령해 인명 피해를 막아야 합니다.


3. 화재·폭발 - 불꽃이 튀기 전에 AI가 먼저 감지한다


① 화재·폭발 사고의 구조: 경고는 이미 있었다

화성 아리셀 참사는 반복적으로 발생한 배터리 발열 및 화재 징후들을 무시하고 은폐하여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입니다. 리튬전지 화재는 일반 화재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발생하면 소화기로 진화할 수 없고, 불이 꺼진 뒤에도 재발화가 이어집니다. 유독가스와 폭발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골든타임은 극히 짧습니다. 인간의 감각과 판단으로 열 폭주를 초기에 감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② 화재·폭발을 막는 AI 기술

열 폭주가 시작되기 전에 온도를 읽는다

화재 감지 AI의 첫 번째 과제는 불꽃이 보이기 전에 이상 온도를 감지하는 것입니다. 리튬전지의 열 폭주는 눈에 띄는 변화 없이 셀 내부에서 시작됩니다. 열화상 카메라와 AI를 결합하면 수만 개의 배터리 셀 표면 온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셀'을 마이크로초 단위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 GS건설 Xi(자이)-Voice — 사고를 '기록'만하지 않고 '예방'하는 AI 음성경보

국내 대형 건설사 GS건설은 2022년부터 자체 개발한 스마트 건설안전 시스템 'Xi-Voice'를 전국 현장에 도입해온 기업입니다. 건설현장 곳곳에 설치된 CCTV 화면을 AI 영상분석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판독해 화재, 연기, 비산먼지, 안전모 미착용 같은 위험 행동을 감지하는 순간 현장 방송 시스템과 자동 연동되어 즉각적인 음성 경보를 내보냅니다. 기존 CCTV가 사고 이후 원인을 규명하는 '기록' 장치였다면, Xi-Voice는 사고가 나기 전 사람의 행동을 그 자리에서 교정하는 '예방' 장치로 작동합니다.


출처: GS건설 Xi-Voice 현장 안전 시스템 보도자료


2022년 시범 도입 이후 전국 주요 현장으로 확산됐으며, 화재 감지부터 경보 발령까지 평균 반응 시간이 약 10 ~ 15초 이내로, 사람의 평균 반응 시간이 보통 3 ~ 5분 이상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사람 관리자 대비 90% 이상 단축된 것으로 보고됩니다


◈ SK AX 스마트 안전 경보 시스템-다국어 AI 경보와 자동 대피 안내

아리셀 사고의 또 다른 비극은 이주노동자들이 대피 방법을 몰랐다는 점입니다. 비상구 위치, 대피 경로, 소화 방법 모두 한국어로만 안내됐습니다. SK AX 스마트 안전 경보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이주노동자 비중이 높은 현장 특성을 반영해 한국어·영어·중국어·베트남어·태국어 5개 언어로 동시에 경보를 내보내는 다국어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어 안내를 이해하지 못해 대피가 늦어지지 않도록, 다국어 경보는 언어장벽이라는 안전 사각지대를 기술로 메운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SK AX 스마트 안전기술 소개 (2025)


SK AX 스마트 안전 경보 시스템

•  한국어·영어·중국어·베트남어·태국어 5개 국어 다국어 경보

•  추락·끼임·부딪힘 사고 예방 특화 AI 감지 모듈

•  타워크레인·굴착기 등 건설장비와 충돌 사고 사전 방지

•  개구부 추락사고 예방 위험구역 AI 인식


화재 확산을 시뮬레이션한다 — 디지털 트윈

화재는 발생한 뒤보다 발생하기 전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공장·창고·건설현장을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구현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떤 경로로 번질지, 어느 대피로가 안전한지, 위험물질이 어디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계산합니다. 특히 리튬전지·화학물질이 있는 공장에서는 '위험물 재고 디지털 지도'가 화재 확산 경로를 시뮬레이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화재 발생 시 소방대원이 현장에 진입하기 전, AI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어느 경로로 들어가는 것이 안전한지를 실시간으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4. 건설현장 추락·붕괴 - AI가 24시간 현장을 지킨다


① 건설현장 사고의 구조: 반복되는 죽음

건설현장은 한국에서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영역입니다. 가장 많은 사망 유형은 추락(38.5%)으로, 안전난간 및 개인 보호구 미착용 같은 '안전 수칙 위반'과 크레인 전도 및 자재 낙하 같은 '설비·물적 사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예측 가능했던 비극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에만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15,959명이 사고로 다쳤으며, 건설 산재의 경제적 손실은 6조 원에 달합니다. 20대 건설사 산재 사망의 70%가 추락·붕괴 등 '재래형 사고'이며, 수년간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② 건설현장을 지키는 AI 기술

카메라가 관리자의 눈을 대신한다

◈ 'viAct Smart Vision' - 관리자의 눈을 대신하는 24시간 AI 파수꾼 

홍콩에 본사를 둔 viAct는 건설·산업 현장 안전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AI 스타트업으로, 세계경제포럼(WEF) Technology Pioneer 2023, Forbes Asia 100 to Watch 2022에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현장에 설치된 CCTV, 드론, IoT 센서, 엣지 AI 디바이스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30개 이상의 사전 구축 AI 비전 모듈로 현장 곳곳을 동시에 분석합니다.


출처: WEF Technology Pioneer 2023 선정, Forbes Asia 100 to Watch 2022


viAct가 감지하는 위험 신호는 다양합니다. 안전모·안전조끼·안전대 미착용, 위험구역 무단 진입, 고소작업 중 위험 자세, 크레인 작업 반경 내 사람 접근, 개구부 주변 안전난간 부재까지 — 사람 눈으로는 동시에 포착하기 어려운 위험을 놓치지 않습니다. 기존 안전관리 방식이 '관리자 한 사람이 넓은 현장을 순찰하는' 구조였다면, viAct는 'AI가 현장 전체를 24시간 실시간 지켜보는' 구조로 안전관리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합니다.


위험구역 AI 가상 안전펜스

◈ 버넥트(VIRNECT) 'XR 안전관리 솔루션' - 눈앞에 나타나는 가상의 안전선

국내 XR(확장현실) 전문기업 버넥트는 AR·디지털트윈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해온 스타트업으로, 건설·플랜트 현장 안전관리를 핵심 사업으로 운영합니다. 작업자는 스마트 글래스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위험 구역 경계, 작업 지시, 실시간 안전 정보를 시야에 그대로 겹쳐 볼 수 있습니다. 


출처: 버넥트(VIRNECT) 산업 안전 솔루션


AI가 설정한 가상의 안전펜스를 작업자가 물리적으로 넘어서는 순간, 착용 기기에서 즉각 경보음과 함께 위험 내용이 시야에 표시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위험구역의 경계를 시각 정보로 구현함으로써, '이 선을 넘으면 위험하다'는 판단을 작업자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돕는 방식입니다.


5. 밀폐공간 · 설비 - 사람이 들어가기 전에 AI가 먼저 읽는다


① 밀폐공간 질식 사고: 치명률 41배의 위기

맨홀, 정화조, 폐수처리시설, 축산분뇨 처리장, 밀폐된 챔버. 이 공간들은 환기가 되지 않아 산소결핍이나 황화수소(H₂S)·일산화탄소(CO) 같은 유해가스 중독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에서 사고가 나면 구조하러 들어간 사람도 질식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2015~2024년 10년간 밀폐공간 질식사고 재해자 298명 중 126명(42.3%)이 사망했습니다. 일반 사고성 재해 사망률(0.98%)의 41배. 2024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챔버 사망사고는 이 위험을  다시 사회에 알렸습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밀폐공간 질식 사망사고의 86%는 '산소·유해가스 농도 미측정'이 원인이었습니다.



② 밀폐공간·설비를 지키는 AI 기술

◈ Boston Dynamics 'Spot' × SK하이닉스 '가온' - 사람보다 먼저 위험 지역에 들어가는 로봇

미국 로봇기업 Boston Dynamics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Spot'은 '사람이 들어가기 위험한 곳을 로봇이 먼저 점검한다'는 설계 철학에서 출발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 가스 센서,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해 화학공장, 발전소, 밀폐공간, 붕괴 위험 구역을 스스로 걸어 다니며 순찰합니다. 


▲ SK하이닉스 — AI 무인 순찰 로봇 '가온', SK하이닉스가 도입한 4족 보행 순찰로봇이 팹 내부를 둘러보며 가스누출 등 이상상황의 발생을 파악하고 있다. (출처: SK하이닉스 AI 기술 블로그, 가온 로봇 운영 사례)


이 플랫폼을 국내 반도체 팹(fab) 환경에 맞게 재설계해 실제 현장에 투입한 곳이 SK하이닉스입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 내 유해가스 감지, 설비 이상 여부 확인, 인적 사고 예방을 위해 자체 개발한 AI 자율주행 순찰 로봇 '가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접근하기 위험한 고위험 구역을 로봇이 자율적으로 순찰하며 열화상 카메라, 가스 센서, 영상 AI를 통해 유해가스 누출과 설비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지합니다. 


가온 도입 후 야간·주말 등 인력 공백 시간대의 안전 모니터링 커버리지가 100%에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pot과 가온의 사례는 산업안전의 핵심 질문 자체를 바꿉니다. 

'사람이 위험을 감수하고 들어가야 하는가?'가 아니라 '로봇이 먼저 들어가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가?'로.


설비 고장을 고장 나기 전에 감지한다

제조업 현장의 핵심 과제는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입니다. 설비가 고장 난 뒤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고장 징후를 미리 감지해 정비 시점을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안전 관점에서 예지보전은 설비 폭발·화재·끼임·오작동을 예방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 MakinaRocks '로봇 예지보전 AI' - 고장 나기 5일 전에 미리 아는 기술

국내 산업AI 기업 MakinaRocks는 제조 설비의 이상징후를 딥러닝으로 예측하는 예지보전 기술전문으로 개발해온 스타트업입니다. 공장 로봇의 진동·전류·소음 등 운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설비가 실제로 고장 나거나 이상 동작을 일으키기 전 미세한 패턴 변화를 포착합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적용을 시작으로 2026년 기준 국내외 주요 생산 공장에서 1,400대 이상의 로봇에 적용되고 있으며, 고장을 평균 5일 전에 예측하는 정확도는 9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AI 산업안전이 대기업의 일회성 실험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생산라인의 상시 운영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설비를 멈추고, 기록으로 완성한다 — AI 인터록

경보의 완성은 알림이 아니라 '멈춤'입니다. AI 인터록(Interlock) 시스템은 AI가 위험 상황을 감지하는 순간 설비를 자동으로 정지시킵니다. 이러한 기술은 특히 SPC 계열 식품공장처럼 반죽기·컨베이어·프레스 끼임 사고가 반복되는 현장에 꼭 필요합니다. 작업자의 손이나 신체가 위험 구역에 진입하는 순간 AI 카메라가 감지해 설비를 즉시 정지시키는 원리입니다. 더 나아가 누가, 언제,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기록되어야 사고 예방이 완성됩니다.


◈ 클린미션(CleanMission) '안전미션' -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닿는 안전 SaaS(Software as a Service)

국내 산업안전 AI 스타트업 클린미션은 위험성평가, 작업 전 안전회의(Tool Box Meeting, TBM), 작업허가, 협력업체 안전관리, 보고서 자동화까지 산업안전 관리의 전 과정을 하나의 SaaS 플랫폼 '안전미션'으로 통합합니다. 현장에서 감지된 위험 상황은 즉시 하나의 '미션'으로 자동 생성되어 담당자에게 배정되고, 이행 여부는 사진과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기록됩니다. AI 지게차 안전 솔루션, 안전장구 착용 감지 카메라, 환경센서 등 하드웨어까지 패키지로 연동됩니다.


클린미션이 주목받는 지점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핵심 타깃으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대기업 중심으로 도입되던 스마트 안전관리를 영세 현장으로 확장하는 것이 이 기업의 사회적 목표입니다. 새만금 지역 제조 사업장 8개사를 대상으로 안전미션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패키지로 공급하고, 정부 산업안전 지원제도 연계 컨설팅까지 함께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대기업만의 첨단 기술이 아니라, 안전관리 인력조차 두기 어려운 영세 사업장까지 AI 안전기술이 닿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에필로그. 사람이 먼저, 기술은 그 다음


지금까지 우리는 세 개의 위험 공간을 보았습니다. 리튬전지 3만5천 개가 쌓인 공장, 안전난간 없는 건설현장의 고소 작업대, 유해가스가 고인 맨홀 속. 이 공간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위험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 신호를 읽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AI는 그 시스템이 될 수 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가 열 폭주의 시작을 감지하고, 예지보전 AI가 기계의 이상음을 포착하며, 로봇이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밀폐공간을 먼저 점검하고, AI 비전이 24시간 안전모 미착용과 위험구역 진입을 감시합니다. 이 기술들은 산업안전의 방향을 '사고 후 조사'에서 '사고 전 예측과 개입'으로 바꿉니다.

그러나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AI는 안전책임자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AI가 위험을 감지했는데도 안전책임자나 노동자가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면 기술은 무력합니다. 또한 AI가 위험한 작업환경 개선이 아니라 노동자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도구로만 쓰인다면 현장의 신뢰는 무너집니다.


AI 산업안전의 세 가지 조건:

① 위험 감지 결과가 실제 작업중지 권한과 연결되어야 한다.

② 노동자가 AI 시스템의 목적과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참여해야 한다.

③ AI 데이터는 개인 감시가 아니라 위험한 작업환경 개선에 사용되어야 한다.

(참고: ILO 2025년 보고서 「Revolutionizing health and safety: The role of AI and digitalization at work」 및 EU-OSHA 가이드라인)


ILO는 2025년 보고서에서 AI가 산업안전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노동자 참여와 개인정보 보호, 책임 있는 관리체계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술은 도구입니다. 그 도구가 노동자를 살리는 방향으로 쓰이려면, 기술 이전에 사람을 향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산업현장의 목표는 더 빠른 생산만이 아닙니다. 노동자가 살아서 퇴근하는 것입니다.

AI 산업안전은 바로 그 명제를 실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작성 : CSES 연구기획팀

원문[문제를 가치로 바꾸는 기술] ④ 위험의 경계를 지키는 예방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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