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티를 인센티브로 바꾸는 사회적 가치 거래제: 장애인 고용 정책의 새로운 접근
*본 콘텐츠는 SOVAC Together 콘텐츠 파트너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이슈브리프(Vol.23)의 내용을 요약하여 담고 있습니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 거래제는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성과를 거래 가능한 가치로 인정해, 규제와 패널티 중심 정책을 인센티브 중심으로 전환하는 제도입니다. 본 이슈브리프는 장애인 고용 의무제가 낮은 실효성과 단기 고용 문제를 낳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를 거래제 방식으로 개선할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또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성공 요인과 한계를 살펴보고 사회적 가치 거래제가 기업 성장과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편집자주>
테슬라의 흑자 전환 비결과 사회적 가치 거래제의 필요성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는 2003년 설립 이후 2019년까지 연속 적자로 골머리를 앓았으나, 2020년 처음으로 만년 적자 기업에서 흑자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극적인 전환의 숨은 비결은 바로 '탄소배출권 거래 수익'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생산으로 확보한 탄소배출권 여유분을 GM, 포드 등 다른 완성차 업체에 판매하여 2020년에만 15억 8,000만 달러(약 1.7조 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만약 이 제도가 없었다면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반면 내연차 기업인 GM은 규제 기준 충족을 위해 배출권을 구매하느라 2023년 기준 23억 2,000만 달러(약 3.2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사회문제 해결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된 '정부 정책과 시장의 결합'은 기업, 정부, 국가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현재 환경(E) 영역과 관련된 규제 기반 거래제 사례는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으나, 사회(S) 영역의 규제 정책들은 효과가 저조함에도 거래제로 전환된 사례가 아직 전무합니다. 이에 본 연구는 수치화된 이행 목표와 미달 시 패널티 부과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장애인 고용 규제 정책'에 주목하여, 이를 거래제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과 구체적인 고려 요소를 확인해 보고자 합니다.
1. 왜 패널티를 인센티브로 바꿔야 할까?
기존의 강제적 규제(패널티) 정책은 기업의 규제 대응 비용만 증가시킬 뿐 사회문제 해결에는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통적으로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기업에 채찍(Stick) 전략을 사용하여 패널티를 부과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방식은 기업이 기준 이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추가적인 이득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동기를 부여하지 못합니다. 기업마다 감축 비용 구조가 상이함에도 모든 기업에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감축 비용이 높은 기업은 패널티를 납부하고 문제를 지속하며, 감축 비용이 낮은 기업조차 허용 기준까지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취하게 됩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여 규제 정책에 시장 메커니즘을 접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탄소배출권 거래제입니다. 경제학자 피구(Pigou)의 후생경제학 이론에 기반한 이 제도는 정부가 세금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기업의 생산 비용(시장 가격)에 내부화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실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독일, 영국, 미국 등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5~21% 감축되는 실질적인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규제 기반 거래제는 다음과 같은 특징과 장점을 지닙니다.
- 수요 안정성: 법적 의무와 상관없이 기업의 자유 의지에 의존하는 자발적 탄소 시장은 경기 변동이나 그린워싱 논란에 따라 시장 규모가 쉽게 급감(2021년 대비 2023년 67% 급감)하는 불안정성을 보입니다. 반면, 규제 기반 거래제는 법적 강제성이 존재하므로 매년 수천억 달러 규모의 안정적인 수요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 참여 유인 극대화: 벌금 회피(비용 최소화)와 금전적 수익(수익 극대화) 전략이 동시에 작용하므로 보상이 다소 약하더라도 기업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기술 혁신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2. 거래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규제 정책으로 무엇이 있나?
기업 대상의 사회적 규제 중 거래제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치화된 법적 허용 기준(Cap)'이 존재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패널티(부담금·벌금 등)'가 부과된다는 두 가지 기본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국내에서 기업에게 사회문제 해결을 규제하는 13개 정책을 분석한 결과, 환경 영역에서는 대기환경보전법, 물환경보전법 등 4개 법률이 이 요건을 갖추고 있었으며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제가 시행 중입니다. 반면 사회 영역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 고령자고용법 등이 단순 권고 사항에 그치는 것과 달리, 미달성 시 패널티를 부과하는 법률은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 고용 의무제)'이 유일합니다.
장애인 고용 의무제는 1991년 도입 이후 오랜 기간 일괄 규제 방식을 유지해 왔으나, 현재 심각한 실효성 저하를 겪고 있어 정책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 대기업의 고용 회피 및 부담금 누증: 2026년 기준 민간 기업은 전체 근로자의 3.1%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며 미달 시 1명당 월 최대 215만 6,880원의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2025년 기준 국내 10대 기업 중 7곳의 장애인 고용률이 법정 기준에 미달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 총 1,146억 원(연평균 229억 원)의 부담금을 납부해 가장 많은 부담금을 낸 기업으로 조사되었고, 에르메스 코리아 역시 3년 연속 장애인 고용률 0명을 기록하는 등 제도적 외면이 심각합니다.
- 비용 구조의 불일치: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에 따른 편의시설 투자, 안전사고 위험 비용 등이 고용부담금보다 크다고 보아 채용 대신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전국 장애인 미고용 부담금 총액은 2011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8,954억 원에 달합니다.
- 고용의 질적 저하 및 불안정 악순환: 2010년부터 중증 장애인 1명 고용 시 2명으로 인정하는 '중증 장애인 더블 카운트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이를 악용하여 월 인건비 약 60만 원 선의 '하루 4시간 단기 일자리'로만 채용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체 장애인의 44.5%가 단순 노무 일자리에 집중되어 계약 종료 후 다시 구직해야 하는 극심한 고용 불안정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 규제 정책의 전환 필요성 / 사진=CSES
3. 장애인 고용 규제, 거래제 전환이 가능할까?
장애인 고용 규제의 거래제 전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글로벌 환경 영역에서 시행되어 온 주요 거래제들의 성공 요인과 한계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 미국의 산성비 프로그램 (Acid Rain Program): 1990년 화력 발전소의 이산화황($SO_2$) 배출 총량 상한(Cap)을 설정하고 거래를 허용한 제도로, 초과 배출 시 거래 가격의 4~10배에 달하는 강력한 물가연동형 패널티를 부과했습니다. 그 결과 기업의 감축 비용을 최대 4분의 1로 절감하면서 2020년 기준 이산화황 배출량을 90% 이상 감축하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대기오염물질 배출권 거래제는 패널티가 배출권 가격의 3배 수준으로 낮고 수도권 위주의 제한된 권역 설정으로 인해 거래가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 미국의 수질 거래제 (Water Quality Trading, WQT): 오염 유출 경로가 명확한 공장(점오염원)과 규제가 까다로운 농가(비점오염원) 간의 거래를 허용한 제도입니다. 농가의 자발적 오염 저감 노력을 크레딧으로 인정하여 평균 27~76%의 감축 비용을 절감했으나, 수질오염 특성상 감축량의 정확한 측정과 검증이 어려워 높은 거래 비용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 유럽의 백색인증서 (White Certificate, WC):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를 수행한 전문 기업에 인증서를 부여하고, 이를 에너지 공급 의무 기업이 구매하게 한 제도입니다. 이탈리아 등에서 2020년 에너지 절감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효율성을 보였으나, 기투자된 기술과의 구분을 위한 검증 과정에서 상당한 행정 비용이 발생하고 비용이 국민 전기료로 전가될 위험이 지적되었습니다.
- 영국의 포장 폐기물 재활용 인증서 (PRN): 대규모 포장재 생산 업체가 재활용 사업체로부터 인증서를 의무 구매하도록 설계된 시장 시스템입니다. 1998년 27%에 불과했던 포장 폐기물 재활용률을 67%까지 대폭 끌어올렸으나, 공급·수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너무 커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거래제 요약 / 사진=CSES
이러한 글로벌 선례를 바탕으로 매칭했을 때, 장애인 고용 규제 정책은 거래화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명확히 충족하고 있어 성공적인 제도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수요-공급의 명확성: 매년 민간 기업이 이행해야 하는 법정 의무고용률(3.1%)이 명확히 제시되어 안정적인 거래 수요가 확보됩니다.
- 풍부한 참여자 수: 규제 대상이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의 모든 사업체이므로 시장 거래에 참여할 당사자 층이 매우 두텁습니다.
- 확실한 참여 유인: 미고용 1명당 최대 210만 원 선의 강력한 법적 패널티(부담금) 체계가 이미 정착되어 있어,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크레딧 시장에 참여할 동기가 큽니다.
- 실적 측정의 용이성: '장애인 고용 인원수'라는 명확한 지표가 존재하므로 크레딧을 부여하고 관리하기 위한 정량적 측정이 매우 쉽습니다.
4. 거래제 전환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는?
장애인 고용 규제의 거래제 도입을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유형의 거래 메커니즘을 단계적으로 설계해 볼 수 있습니다.
- 장애인 고용 인증서 거래제 (간접 거래): 장애인 고용에 특화된 외부 전문기관이나 사회적 기업 등이 자발적으로 장애인을 채용하면 정부가 인증서를 발급하고, 고용 의무를 채우지 못한 기업이 이 인증서를 구매하여 의무를 달성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고용 특화 기업의 안정적 자금 조달과 성장을 돕습니다.
- 장애인 고용 성과 거래제 (직접 거래): 의무 고용 대상 기업 간에 직접 크레딧을 거래하는 모델입니다. 고용 여건이 좋아 목표를 초과 달성한 기업이 크레딧 여유분을 미달 기업에 판매(장려금보다 높고 패널티보다 낮은 가격)함으로써, 고용 비용을 직접적인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게 만듭니다.
장애인 고용 성과 거래제 유형 예시 / 사진=CSES
다만, 사회적 가치를 자산화하는 시스템인 만큼 제도 설계 시 다음 4대 요소를 정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 크레딧 부여 및 차등화 기준: 고용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 개선을 담보할 수 있도록 고용 형태, 장애 정도(중증 2크레딧, 경증 1크레딧 등), 근속 기간에 따라 단위를 세분화하여 차등 부여해야 합니다.
- 크레딧 초기 할당 방식: 각 기업에 부여할 기본 크레딧 수량을 법정 의무 고용률 기준으로 할 것인지, 과거의 고용 실적이나 업종별 특성, 기업 규모를 반영할 것인지, 혹은 초기 경매 방식을 도입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 시장 거래 규칙 설계: 거래 주체를 동일 업종 내로 한정할 것인지 업종 간 교형을 허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며, 공인 거래소 매매 방식과 양자 간 계약 형태의 조화, 가격의 급등락을 막기 위한 상하한선 규제 방안 등이 설계되어야 합니다.
- 사회적 거부감 완화 및 부작용 방지: '장애인의 고용 성과를 돈으로 사고판다'는 윤리적 거부감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책적 보완 요소를 세심하게 세팅해야 하며, 정량적 거래에만 치중해 고용의 질이 더 떨어지는 '그린워싱'과 같은 부작용을 면밀히 감시해야 합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한 기업이 성장하는 세상
그동안 정부는 기업의 사회문제 야기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명령과 통제 방식의 규제를 양산하며 막대한 정책 비용을 투입해 왔으나 실질적인 해결 효과는 미흡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방적인 패널티 부과가 비용으로만 작용하여 손실회피형 소극적 대응만을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이 기업의 이익(인센티브)과 직접 연계되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합니다.
더 많이 해결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시장 메커니즘이 도입된다면 기업들의 자율적인 자원 투입과 혁신이 일어날 것이며, 이는 정부의 복지 재정 및 사회적 비용 부담을 대폭 줄여줄 것입니다. 환경 영역에서 탄소에 가격을 매겨 배출권 형태로 거래하기까지 100년의 세월이 걸렸듯, 이제는 사람들의 삶의 질 및 행복과 직결된 사회(S) 영역의 가치를 자산화하는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장애인 고용 규제의 거래제 전환은 기업, 정부, 취약계층 모두가 자율적인 시장 생태계 안에서 상생하며 성장하는 미래를 여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작성 : 사회적가치연구원 조희진 책임연구원
원문 : [CSES 연구보고서] 패널티를 인센티브로 바꾸는 사회적 가치 거래제: 장애인 고용 정책의 새로운 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