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業)이 아닌 농라이프(LIFE)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본 콘텐츠는 SOVAC Together 콘텐츠 파트너 사단법인 농의 아티클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농촌에서 살아가는가”
이 질문에 대해 밤새 토론하며 울고 웃는 1박 2일이 저희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각자의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공간을 운영하고, 교육을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흔히 말해, 농촌에서 “딴짓”을 하는 전국의 친구들 77명이 23년 11월,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서로 SNS로 어렴풋이 알고 있던, 각 지역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혹은 하지 말라는 일들을 자원해서 만들어 가던 사람들이 함께 모이니 어색할 겨를도 없이 쌓아두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우리는 농촌에서 무엇을 꿈꾸는가, 무엇이 우리를 농촌에서 도전하게 만드는가,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계속 그 일을 해내고 있는가.
농촌에서 살아간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농사를 짓는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지역에서 일을 만드는 일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을 다시 선택하는 일이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는 달랐지만, 그 안에는 닮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농”으로 모인 사람들 – 농게더링, 우리의 모임에 이름을 붙이고 그렇게 시작된 만남을 1년에 두 번 만나는 정기적인 자리로 만들고, 모임 때마다 밤새 토론하고 함께 고민했습니다.

2024년 봄, 두 번째 농게더링에서는 질문이 조금 더 구체화되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산, 가공, 관광, 교육, 다분야 협업.
고충은 잠시 접어두고, 각자의 현장에서 해오던 일들을 꺼내놓고, 농의 가치가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농을 살아가는 일이 개인의 선택에 머물지 않고, 서로 연결될 때 더 큰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2024년 가을, 세 번째 농게더링에서는 또 다른 질문을 마주했습니다.
“비즈니스 성장과 가치 공유는 어떻게 함께 갈 수 있을까.”
각자의 일이 지속 가능하려면 비즈니스도 너무 중요하고, 동시에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어 모일 정도로 우리가 지키고 싶은 가치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농게더링은 돈을 버는 이야기와 의미를 나누는 이야기를 따로 두지 않고, 함께 오래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농게더링은 질문을 쌓아왔습니다.
왜 농촌에서 살아가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각자의 일과 공동의 가치를 어떻게 함께 가져갈 수 있는지.
그 질문들이 이어지면서, 농게더링은 가끔 만나서 회포를 푸는 자리가 아니라 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방향을 확인하고, 필요한 연결을 만들고, 함께 실천할 형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농農을 업으로 삼지 않고, 삶으로 살아내고 싶은 사람들.
삶의 방식으로서 농農을 살아내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만들어 가는 우리들.
우리는 농게더링 공동체로서 해야 할 일들을 새롭게 정리했습니다.
NETWORKING
첫째, 농라이프를 연결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농을 기반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 서로를 연결합니다. 농촌에 살지 않아도 농라이프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농부-농촌활동가-기획자-연구자-교육자-창업가-기업-기관이 같은 선상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필요한 협업을 발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ARCHIVE
둘째, 농라이프를 기록합니다.
농업의 새로운 기술, 청년농업인의 성공담이 아닌, 현장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는 지금의 농라이프에 대해 정기적으로 기록하려고 합니다. 우리 세대가 농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양한 형식으로 기록하여, 정책에 따라 발굴되고 가공된 농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쌓아가려 합니다.
RESEARCH
셋째, 농라이프를 연구합니다.
농라이프를 현장에서 일어나는 경험담으로만 남기지 않고, 학문적 언어로 분석하고 논의합니다. 농촌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문화적 가치-경제-정책 등의 여러 층위에서 살펴보고, 다분야의 주체(stakeholders)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포럼, 세미나 등의 자리를 정기적으로 구성하고자 합니다.
EDUCATION
넷째, 농라이프를 공유합니다.
농라이프를 고민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농을 통해 삶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농라이프를 경험하고 배우는 일이 지역 창업이나 귀농에 그치지 않고 “삶”을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양한 현장의 사례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 합니다.
오래 고민하고 준비했던, “함께” 만들어갈 일들이 이제 채비를 마쳤습니다.
저희만의 농라이프가 아닌,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하는 우리들의 농라이프. 함께 하실래요?
글 : 이지현 대표(사단법인 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