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는 거래될 수 있을까: 환경 가치 거래를 통해 본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
*본 콘텐츠는 SOVAC Together 콘텐츠 파트너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이슈브리프(Vol.21)의 내용을 요약하여 담고 있습니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는 오랫동안 시장 밖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에는 측정과 제도 설계를 통해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본 이슈브리프에서는 탄소시장의 형성과 성장 과정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거래 가능한 가치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또한 SPC, Zlto, CGM 등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사회적 가치 거래의 가능성과 제도적 과제를 살펴보고, 새로운 성장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서론] 경제적 의사결정의 범주로 들어온 사회적 가치
그동안 경제 시스템에서 불평등, 환경 파괴, 돌봄 공백 같은 사회문제는 성장의 부산물이나 사후 관리 대상으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불안정이 오히려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제 사회문제는 성장의 '결과'가 아닌 필수적인 '조건'이자 '제약'이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는 환경오염이나 공동체 붕괴 등의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왜곡을 안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가 경제 시스템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면서 관련 활동들이 단순한 '비용'으로만 치부되어 온 것입니다. 이제는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의사결정 범주에 포함시켜, 사회문제 해결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1. 사회적 가치는 정말 거래될 수 없는가
그동안 경제 시스템에서 불평등, 환경 파괴, 돌봄 공백 같은 사회문제는 성장의 부산물이나 사후 관리 대상으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불안정이 오히려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제 사회문제는 성장의 '결과'가 아닌 필수적인 '조건'이자 '제약'이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는 환경오염이나 공동체 붕괴 등의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왜곡을 안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가 경제 시스템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면서 관련 활동들이 단순한 '비용'으로만 치부되어 온 것입니다. 이제는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의사결정 범주에 포함시켜, 사회문제 해결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2. 환경 가치는 어떻게 시장화 되었는가
환경 가치 시장화의 성공 사례 (탄소시장): 과거에 깨끗한 공기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공공재로 여겨졌으나, 기후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탄소배출권'이라는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탄소 감축을 '선한 행동'이 아닌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을 위한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인식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3. 사회적 가치는 왜 아직 거래되지 않았는가
환경 가치처럼 사회적 가치도 시장에서 원활히 거래되려면 다음 조건들이 갖춰져야 합니다.
- 표준화된 측정: 탄소의 톤(tCO₂) 단위처럼 사회적 성과를 비교 가능하게 수량화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 명확한 귀속 구조: 혜택이 사회 전반으로 흩어지지 않고, 거래를 통해 참여 기업의 재무적 손익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가 설계되어야 합니다.
- 제도적 수요 창출: 국제 협약이나 정부 규제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합니다.
4. 사회적 가치 거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보상, 교환, 자산화하려는 구체적인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1단계: '보상' 모델 (사회성과인센티브, SPC)
- 예시: 한국의 SK그룹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운영하는 SPC 프로그램입니다.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화폐 가치로 측정·검증한 뒤, 그 결과에 비례하여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함으로써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보상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 2단계: '교환' 모델 (즐라토, Zlto)
- 예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Zlto 플랫폼은 청년들이 봉사활동이나 교육에 참여하면 이를 디지털 화폐로 보상합니다. 청년들은 이 화폐를 식료품 구매나 교통비 결제 등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어, 사회적 활동이 즉각적인 교환 수단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 3단계: '거래' 모델 (임팩트 자산 거래소, CGM)
- 예시: Common Good Marketplace(CGM) 플랫폼은 검증된 성과를 '표준화된 임팩트 자산(VIA)'으로 기록하여 판매합니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 빈곤 완화 프로그램의 결과로 나타난 '소득 증가'나 '저축 확대' 성과를 자산화하여 실제 자본이 이동하는 거래의 대상으로 만듭니다.
5. 사회적 가치가 거래될 때, 누가 무엇을 얻는가
- 정부: 직접적인 재정 지출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설계자로서 명확한 가격 신호를 제공함으로써, 동일한 예산으로 더 많은 사회적 성과를 투명하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 기업: 고용의 질 개선이나 지역사회 투자를 단순한 비용이 아닌, 미래의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고 장기적인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 투자자: 모호한 정성 평가 대신 표준화된 성과 단위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시장이 열립니다.
- 사회 및 시민: 돌봄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 오랫동안 저평가되었던 공익적 활동들이 정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지속 가능한 사회 유지가 가능해집니다.
6. 사회적 가치를 거래할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가
- 거래 범위의 제한: 모든 가치를 무차별적으로 시장화하기보다 공공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일부 성과를 선택적으로 다루는 제도적 범위 설정이 중요합니다 .
- 측정의 정교화: 지표로 환원 가능한 성과만 과잉 거래되어 질적·관계적 가치가 배제되지 않도록 측정과 보상 설계를 점진적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 선의와 보상의 조화: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있으나, 이는 선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적 기여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보완책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결론] 사회적 가치를 시장에 맡길 것인가, 시장을 설계할 것인가
사회적 가치 거래는 단순한 이상이 아닙니다. 탄소시장이 짧은 시간 안에 수조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전 세계 투자 지형을 바꿨듯이, 사회적 성과가 경제 시스템의 필수 변수로 편입된다면 지금까지 잠들어 있던 엄청난 사회적 잠재력이 폭발할 것입니다.
저성장 시대에 사회적 가치를 비용으로만 남겨두는 것은 성장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거래의 찬반 논쟁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어떤 규칙 아래 다룰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설계' 능력입니다. 완벽한 정답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보상하는 작은 거래 실험부터 시작함으로써, 경제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작성 : 사회적가치연구원 임가영 선임연구원